최근 중국 법원이 타인의 저명상표를 고의로 모방하여 출원하는 행위에 대해, 상표 출원을 대리한 ‘대행기관’에게도 공동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판결했습니다. 이는 악의적인 상표 선점 문제에 대한 중국 사법부의 강화된 입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보호 전략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저장성 고급인민법원은 캐시미어 제조업체인 내몽고루왕캐시미어유한공사의 저명상표 ‘鹿王(KING DEER)’을 모방한 상표 출원 및 상품 유통에 대해, 출원을 대리한 S 지식재산권 대리 회사에도 공동 침해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S사가 상표 대리 전문 기관으로서 원고 상표의 저명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령 회사를 내세워 유사 상표를 출원하고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전 과정을 조직적으로 기획하고 가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대리 행위를 넘어선 명백한 고의성이 있는 악의적 행위라고 보고, 1심의 100만 위안(약 1억 9천만 원) 손해배상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반복적인 유사 상표 출원, ‘부정경쟁 행위’로 규정
또 다른 소송에서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역시 유사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대행 기관은 성실 신용 원칙에 따라 타인의 인지도 있는 상표를 회피해야 함에도, 유사 상표 선점에 협조하는 행위는 상대 기업의 경영 활동을 방해하는 ‘부정경쟁 행위'”라고 명시했습니다. 법원은 비록 해당 상표가 최종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반복적인 출원 행위 자체가 상표권자의 시간과 비용을 낭비시키는 불법 행위라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중국 정부, 상표 대행 기관 관리 감독 강화
이러한 판결은 악의적 상표 선점을 근절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합니다. 중국 국가지식재산권국은 2022년 ‘상표 대행 감독 관리 규정’을 발표한 데 이어, 2024년부터는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상표 대행 신용평가 관리’ 시범 사업을 운영하며 대행 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베이징, 상하이 등을 포함한 16개 지역으로 확대되었으며, 신용 정보 공개도 앞두고 있습니다.
시사점
이번 판결들은 중국 내에서 악의적인 상표 출원에 대한 법적 책임이 출원인뿐만 아니라, 이를 돕는 대행기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로, 앞으로 상표권 분쟁 발생 시 더 폭넓은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시장 진출 전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통해 상표권을 미리 확보하는 선제적인 브랜드 보호 전략입니다.